수로왕, 허황옥을 만나 결혼을 하다

수로왕이 나라를 다스린 지 수십 년이 지났어요. 아홉 신하가 임금을 만나 아뢰었어요.
“대왕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신지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좋은 배필을 얻지 못하셨습니다.
청컨대 신들의 집에 있는 처녀 중에서 가장 예쁜 아이를 골라 왕비로 삼으시는 것이 어떠실지요?”
김수로왕이 말하였어요.
“내가 여기에 내려온 것은 하늘의 명이니 나에게 짝을 지어 왕비로 삼게 하는 것도 역시 하늘의 명일 것이다. 경들은 크게 염려하지 말라”
그리고 왕은 신하에게 좋은 말을 가지고 바닷가에 가서 기다리게 했어요.
신하들이 왕의 명을 받고 바닷가에서 기다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서남쪽 바다에서 붉은 색 돛을 단 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배가 육지에 가까이 오자 신하들이 먼저 산 위에 횃불을 켜서 길을 밝혔어요.
배에 탄 사람들이 횃불을 보자 앞을 다투어 육지로 내렸어요.
왕은 이때 궁궐 밖의 산 주변에 천막을 쳐서 임시 궁전을 만들어 기다리고 있었어요.
20여 명의 일행과 함께 배에서 내린 공주는 비단, 금, 은, 그리고 구슬로 된 장신구를 하고 있었어요. 가지고 온 비단과 보물은 이루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지요. 공주가 점점 왕이 있는 곳에 가까이 다가오자 왕은 직접 나아가 그녀를 맞이해 함께 궁으로 들어갔어요. 왕은 신하에게 명하였어요.
가야의 마을과 배(합천박물관)
“먼 길을 오느라 고생한 공주 일행에게 난초로 만든 음료와 혜초로 만든 술을 내주도록 하라.”
주변이 조용해지자 공주가 왕에게 말하였어요.
“저는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이라 합니다. 나이는 16살입니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소.”
“올해 아버지께서 꿈에 하늘 임금님을 만나셨어요. 하늘 임금께서는 가락국의 왕 수로라는 사람을 찾아 공주의 배필로 삼으라는 말을 마치고 하늘로 올라가셨답니다.”
“나는 공주가 멀리서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어 신하들에게 왕비를 맞이하라고 하였소. 이제 현명한 공주가 스스로 왔으니 이 사람에게는 매우 다행한 일이오.”
먼 나라에서 온 허황옥 공주와 수로왕은 결혼을 하였어요. 그리고 그들은 오랫동안 나라를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해요.
김수로왕릉(경남 김해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