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거세와 알영, 오릉에 묻히다

오랫동안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의 존경을 받던 박혁거세가 몸이 쇠약해져 숨을 거두고 말았어요.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어요. 박혁거세의 몸이 홀연히 하늘로 올라갔는데, 8일 후에 몸이 나뉘어져 땅에 떨어진 거예요.
그리고 지아비를 잃고 홀로 남아 눈물을 흘리던 알영 왕비 역시 왕을 따라 세상을 떠났어요.
“아이고! 아이고! 어진 임금님께서 갑자기 떠나시다니...”
“왕비께서도 어찌 그리 빨리 떠나신단 말입니까!”
“나라를 지키던 두 성인을 모두 잃었으니 우리 백성들은 어찌 살란 말인가!”
왕과 왕비를 모두 잃은 백성들은 슬퍼하며 둘을 함께 장사지내려 했어요.
그러나 큰 뱀이 나타나 사람들이 무덤 만드는 일을 방해했지요.
사람들은 뱀을 두려워하여 박혁거세의 몸이 흩어져 떨어진 곳에 여러 무덤을 만들어 장사를 지냈어요.
이 곳이 바로 지금의 경주 오릉이지요.
어떤 사람들은 뱀이 무덤을 지킨다고 해서 뱀 사 자(蛇)를 써서 사릉이라고도 불렀답니다.
경주 오릉
건국 이야기에는 신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어요.
하지만 그 신비한 이야기들에는 역사적 의미가 담겨 있지요.
박혁거세 이야기 속 우물은 여섯 마을이 농경을 중시하는 사회였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알에서 태어난 박혁거세가 나라를 세웠다는 것은 고구려 주몽이나 가야의 김수로의 건국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성한 인물이 나라를 세웠다는 것을 뜻해요.
물론 진짜로 하늘에서 내려왔다기보다는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지요.
박혁거세 신화는 혈통 중심의 작은 사회가 연합해 하나의 큰 나라로 뭉쳐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박혁거세라는 인물이 나정을 중심으로 나라를 세우고 세력을 넓혀 여섯 마을을 아우르고, 그리고 점차 강력한 사로국을 만들었다는 것을 이야기로 남긴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