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사지 5층 석탑

부여 정림사지 5층 석탑(충남 부여군)
문화재청
백제를 멸망시킨 당나라 군대는 사비성 한가운데에 있는 절을 점령한 뒤, 그곳에 있는 빼어난 모양의 석탑에 자신들이 백제를 멸망시켰다고 자랑하는 글을 새겼어요.
나라를 잃은 백제 사람들은 이것을 보고 얼마나 큰 슬픔과 모욕감을 느꼈을까요?
당시 아시아에서 으뜸가는 문화 대국을 자부하던 당나라는, 자기네가 정복한 나라의 귀중한 문화재를 훼손하는 야만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에요.
이 탑은 소정방이 새긴 글로 인해 한때 ‘백제를 평정하고 세운 탑’이라는 뜻의 ‘평제탑’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옛날 사람들은 이 탑을 소정방이 세운 전승기념물로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1942년에 절터 발굴 과정에서 ‘정림사’라는 글귀가 새겨진 기와 조각이 발견되어 정림사지 5층 석탑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자신의 이름을 드디어 찾은 셈이지요.
‘정림사(定林寺)’라는 글자가 거꾸로 새겨진 기와 조각
국립문화재연구소
보통 석탑은 커다란 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무려 149개나 되는 돌을 이용해서 만들었답니다.
마치 목재를 짜맞추듯이 말이에요.
겉으로 보기에는 석탑 같지만, 탑을 만드는 방식은 목탑의 양식을 활용했어요.
불교가 전해진 초기에는 목탑이 많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이는데, 정림사지 5층 석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중한 유물이랍니다.